
‘비티에스’(BTS)로 불리는 산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 원시림을 품고 있는 방태산에 지역민과 산악인들이 붙인 별명이다. 산 이름의 초성에 알파벳을 적용했다.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방태산은 세계적인 케이(K)팝 그룹 비티에스급인 명산이라는 것이다. 강원도 인제군과 홍천군에 걸쳐 있는 방태산은 명산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한 역술가가 오르면 운이 좋아진다고 해서 사람들이 몰리는 서울 관악산보다 기운이 좋다. ‘뇌피셜’이지만 일찌감치 관악산 연주대에 오른 경험에 비춰보건대 단언할 수 있다.

전남 해남에도 명산이 많다. 두륜산, 달마산, 주작산, 흑석산 등이다. 봄엔 동백, 철쭉 등이 화려하게 피고 가을이면 단풍이 절경을 이룬다. 해남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향토 음식이 있다. 해남은 ‘바람도 맛있다’고 할 정도로 맛난 데가 많은 소도시다. 보리밥, 삼치회, 갯장어 등 신선한 재료로 차린 밥상이 근사한 곳이다. 그중에서 다른 지역에선 맛보기 어려운 닭요리 코스가 있다. 해남읍 연동리 일대엔 닭요리촌이 형성돼 있다. 한상 떡하니 차려 내는 ‘통닭’ 코스다. 튀겨 내는 통닭이 아니다. 닭 한마리를 통째로 다 먹는다는 뜻의 ‘통닭’이다. 닭 육회, 양념 주물럭, 구이, 백숙, 닭죽 등이 줄줄이 나온다.
닭만큼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식재료가 있을까. 과거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견줘 저렴했던 닭은 삶고 튀기고 볶는 등 다양한 조리 기술이 접목되어 다른 맛을 연출했다. 약재를 넣어 삶은 삼계탕은 보양식이 됐고, 염지한 뒤 튀긴 통닭은 온 가족 간식이 됐다. 지역에 따라서도 그 모습이 달랐다. 춘천에선 닭갈비가, 안동 시장에선 찜닭이 팔렸다.

해남 닭요리촌에는 일미정, 해물 밭에 노는 닭, 돌고개가든, 진솔통닭, 원조장수통닭 등이 있다. 간판마다 ‘해남식 닭코스 요리’가 적혀 있다. 닭요리촌 인근에도 명성가든, 정든집, 태양정, 송림가든 등이 있다. 원조집으로 알려진 데는 원조장수통닭이다. 1975년 작은 점포 코카상회 주인은 손님들 요청으로 닭요리를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맛이 좋아 명성이 생겼다. 1987년엔 아예 닭요리 전문점을 냈다. 지금 주인 안덕준씨의 할머니 얘기다. 이곳은 3대째 운영되고 있는 노포다.
해남식 닭코스 요리의 특징은 두가지다. 일명 ‘닭똥집’으로 불리는 닭모래집(닭근위)과 가슴살을 육회로 먹는다는 점이 그 하나다. 닭 관련 전문 서적을 보면 ‘똥집’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다. ‘똥’이란 말 때문에 배설 기관으로 아는데, 아니다. 닭의 위장이다. 닭은 이빨이 없어서 먹이를 그냥 삼킨다. 그 과정에서 모래 알갱이도 먹는다. 그 알갱이들을 위장에 담아 소화를 돕게 한다. 닭모래집으로 불리는 이유다. 두번째 특징은 육회, 닭죽, 백숙, 닭곰탕, 주물럭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해 먹는다는 점이다. 같은 식재료로 여러 맛을 한꺼번에 경험한다.


예전에 먹어본 돌고개가든 닭모래집 육회 맛이 지금도 생생하다. 참기름에 버무려져 나온 닭모래집은 ‘쫄깃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새빨간 모래집이 입안에서 미뢰(미각 세포)를 무시한다. ‘세포 너 따위가 내 진가를 어찌 아냐’고 되묻는다. 혀에 바싹 붙어 춤춘다. 경이롭다. 닭가슴살은 퍽퍽한 식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부드러운 것인지 탱탱한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닭날개만 들어간 곰탕은 은근히 보양이 된다. 이어 매콤한 고추장 주물럭이 나온다. 대미를 장식하는 건 백숙이다. 먹음직스럽다. 미식은 경험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다. 넓어진 시선은 화해하기 어려운 자신의 비루한 점을 포함해 그 누구와도 손잡게 한다.


